커뮤니티

TALK

[기고문] 당신의 여행은 지속가능한가요?

프로필 이미지

강*정(gr**********)

2021.07.08 16:22:59 | 4,478 읽음


글. 한국외국어대학교 강민정 학생



분노의 여행




작년 12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관광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코로나19가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으로 여행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여행은 어떤 양상을 띠게 될까? 한 기사는 코로나19가 끝나면 억눌렸던 여행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어 충동적 여행 트렌드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분노의 여행‘(Revenge travel)이라 이름 붙였는데, 글로벌 예약 플랫폼 익스피디아가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1 익스피디아 업그레이드’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87%, 한국의 경우 84%가 올해 충동적으로 행동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분노의 여행’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관광지는 그동안 비어있던 관광객의 자리를 채울 수 있어서 좋아할까? 단기적으로는 지역 사회에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광지의 수명이 줄어들고,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현대 관광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지속가능한 여행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현대 관광의 현황


WTTC(세계 여행관광협회, The World Travel and Tourism Council)에 따르면, 관광 산업은 세계 GDP의 10%를 차지하는 거대한 산업이다. 또한 2억 개가 넘는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으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급격한 관광산업의 성장은 많은 문제점을 만들었다. 지속가능하지 못한 관광은 지구 환경뿐만 아니라, 관광 산업의 이해관계자에게도, 관광지에도 해가 된다.



현대 관광의 문제점


관광산업은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고,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드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관광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 이상에 기여하고 있으며, 교통수단은 이 중 90%를 차지한다. 이 수치는 더욱 증가해 2030년까지 관광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6년에 비해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뿐만 아니라 해양에서도 문제는 나타났다. 하와이에서는 해수욕장을 찾은 사람들이 발랐던 선크림의 화학성분으로 인해 산호초가 파괴되기도 했다.


또한, 관광은 돈을 벌어다 주었지만,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기존 관광산업은 수익성만을 고려하여 진행되었다.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지에만 관심이 있었지, 번 돈이 누구에게 가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선진국 관광객이 개발도상국 여행지에서 100$를 쓴다고 가정했을 때, 이 중 5$만 지역 사회에 남는다고 한다. 즉 95%가 지역 사회를 빠져나가는 Travel Leakage 현상이 나타난다.



지속가능한 관광이란?





이러한 현대관광에서 오는 피해에 대처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으로 대안관광, 즉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이 등장하였다. 생태관광, 공정여행, 책임여행, 에코투어리즘 등 모두 지속가능한 관광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지속가능한 관광은 환경과 지역사회를 모두 중요시하는 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계관광기구(WTO)의 정의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관광은 현재의 관광객과 해당 지역의 욕구를 해결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기회를 보호하고 증진한다(WTO, 1998). 또한 지속 가능한 관광상품은 현지의 환경, 지역사회 및 문화와 조화롭게 운영되어 이들이 관광 개발의 희생자가 아닌 영원한 수혜자가 되게 하는 상품이라고 정의하였다.


1999년 9월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칠레 산티아고에서 개최된 제13차 세계관광기구(WTO) 총회에서는 지속가능한 세계 관광 질서를 위해 ‘세계관광윤리강령(Global Code of Ethics for Tourism)’을 발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계관광윤리강령(Global Code of Ethics for Tourism)

제1조. 민족간 및 사회간 상호이해와 존중에 공헌하는 관광

제2조. 개인 및 집단적인 자아 성취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관광

제3조. 지속가능한 개발의 요소로서의 관광

제4조. 인류 문화유산의 이용자이자 문화유산 향상에 공헌하는 관광

제5조. 관광객 유치국가와 지역사회에 유익한 활동으로서의 관광

제6조. 관광개발 관련 이해 관계자들의 의무

제7조. 관광에 대한 권리

제8조. 관광객 이동의 자유

제9조. 관광산업 근로자와 기업가의 권리

제10조. 세계관광윤리강령 원칙의 이행




어떤 대안이 있을까?



관광객을 제한하는 관광지


과도한 관광으로 인해 여행지에서 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나타나자 과감한 조치를 한 국가들도 있다. 대표적인 동남아 여행지인 필리핀 보라카이, 태국 피피섬, 시밀란 군도 등은 관광객을 제한하기로 했다. 세계적인 스킨 스쿠버 명소로 유명한 시밀란 군도는 하루 6천 명이 넘는 사람이 찾던 곳이었지만, 급증하는 관광객으로 산호초 파괴 등의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자 하루 스쿠버 다이빙 인원을 525명으로 제한했다. 또한 숙박은 전면 금지했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사례도 있다. 중국을 통해 백두산으로 생태관광을 떠난 적이 있다. 백두산 천지와 소천지, 지하산림에서 본 원시림의 감동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당시 머물렀던 ‘장백산온천관광호텔’은 백두산 중턱에 위치한 호텔이었는데, 환경오염을 이유로 2008년경 모든 백두산 내 호텔은 철거되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시는 올 수 없는 곳이라는 아쉬움보다는 백두산의 자연을 보전하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환경세를 내세요!


유명 관광지에서는 관광객에게 환경세(Eco tax 또는 Green tax)를 부과하는 곳도 생겨났다. 몰디브는 입국하는 관광객에게 하루 6달러의 환경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비용은 숙박 시설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쓰인다.


제주도에서도 30여 년 전부터 관광객에게 ‘환경보전기여금’이라는 이름으로 환경세를 걷어야 한다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2021년까지도 정해진 것은 없다. 이 기간에 제주의 관광객은 더욱 늘어나고 이로 인한 생활폐기물, 교통 혼잡 등의 문제도 심해지고 있다. 논의가 계속 미뤄진 이유는 관광업계의 반발 때문인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선택이 더 좋을지 생각해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

 



기술 발전으로 가능해진 지속가능한 여행


여행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지속가능한 관광을 돕는 새로운 플랫폼도 등장했다. 지역 사회의 잉여 공간을 숙박 시설로 제공하거나 여행자의 노동력으로 숙식을 받는 형태의 여행도 등장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여행에 제약이 생기자 가상 투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생겼다. 이번 글에서는 우프(WWOOF)에어비앤비 온라인체험(Airbnb Online Experiences)을 사례로 살펴보자.



땅을 소유하지 않은 농부세계를 가꾸는 여행 – 우프


(출처) wwoofkorea 홈페이지


우프(WWOOF)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하는 농장에서 일손을 도우며 여행하는 플랫폼이다. 농장은 여행객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여행객은 하루에 4~5시간씩 농장일을 돕는다. 유기 농가와 지속가능한 여행객을 연결하는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150여 개 국가의 농장이 참여하고 있다. 농가는 필요한 일손을 얻고, 여행객은 농사일을 배우고 호스트와 소통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집에서 세상을 만나는 특별한 방법 – 에어비앤비 온라인 체험


(출처) Airbnb 홈페이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세계 여행이 불가능해지자 에어비앤비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 바로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호스트는 실시간으로 온라인 화상 채팅을 통해 여행객들에게 집에서 세계여행을 체험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셰프와 함께 요리하거나 올림픽 운동선수와 홈트레이닝을 할 수도 있다. 태국의 구석진 마을을 방문하고, 뉴질랜드의 한 농장에서 양들과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이 방법을 통해서라면 훨씬 더 적은 탄소발자국으로 세계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직접 여행지에서 여행하는 것과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참가한 사람들은 굉장히 만족하며 다른 체험도 등록하고 있다. 인기가 많은 체험은 몇 천 개의 리뷰가 달리기도 하는데, 코로나19로 모든 경험이 제한적인 요즘, 온라인 체험은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줄 매력적인 선택지임이 분명하다.

 


다음 세대의 여행을 위해


코로나19로 모든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관광 산업에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어려운 시기가 관광산업 전반을 점검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코로나19의 종식 이후 새로운 관광의 흐름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되길 바란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관광업계의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정책 결정자들 등 많은 이해관계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주체는 바로 관광객이라고 생각한다. 관광산업도 산업이므로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지속가능한 프로그램과 플랫폼이 있더라도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속되지 못한다. 지속가능한 여행이 널리 퍼지고 정착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큰 지지자는 관광객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가 끝난 후의 여행. 우리가 소중하게 즐긴 여행을 우리 다음 세대도 누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하게 여행해보자.




출처

https://www.theworldcounts.com/challenges/consumption/transport-and-tourism/negative-environmental-impacts-of-tourism/story

https://sports.donga.com/article/all/20210304/105720125/2

https://beachmeter.com/tourism-leakage-does-your-money-contribute-locally/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