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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1 10:33:21 | 2,741 읽음
글. 사회적가치연구원 원장 나석권
평소에 존경하던 선배님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세상에 없는 세 가지가 무엇일까?희소한 것도 아니고, 아예 없는 것이라.
몇 번의 재촉 끝에 알아낸 답은 무릎을 치게 만드는 명답이었다. 세상에는 첫째, 정답이 없고, 둘째, 비밀이 없고, 마지막으로 공짜가 없단다. 뭔가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하지만 정말 지혜로운 답이었다.
재작년부터 ESG에 대한 관심이 곳곳에서 폭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이 주주 중심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바뀜에 따른 당연한 움직임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어 가고 있다.
세계의 큰손인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앞장서서 ESG 선진기업, 소위 ‘착한기업’에 대한 투자를 선도하고 있으니, 투자를 원하는 모든 기업들은 ESG평가와 측정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게 되었다. 이전이면 생각지도 않았을 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서의 ESG 내재화 정도가 그 기업의 밸류에이션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ESG 광풍의 초기에는 소위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ESG평가지표를 분석하고 미진한 부분을 업그레이드 시켜가는 노력을 하면 된다.
물론, 이 작업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2년차 3년차로 접어들수록 이런 노력만으로는 ESG우수기업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평가자들도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ESG 정신이 진정으로 담겨있는지 아닌지도 손쉽게 알아낸다. 오죽했으면, 그린 워싱, 요즘은 워크 워싱(woke washing) 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혹시나 덧붙이면, 워크 워싱은 ESG에 대해 깨어 있는(woke) 척하면서 실제로는 아무 행동을 하지 않거나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ESG 도 진심을 갖고 해야 한다. 어느 순간 업계에서는 ESG를 진심으로 잘하는 기업과 그러지 못한 기업간의 속도차이가 은연중에 느껴지게 된다. 게다가, 글로벌 대기업들은 최종 수요자로서 글로벌 공급망에 있는 공급기업들 모두에게 ESG 기준을 요구하고 있으니, 이제는 일개 기업이 아니라, 공급사슬 전후의 모든 기업들이 함께 ESG를 잘 실천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ESG 광풍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ESG내재화에는 획일적인 ‘정답’이 있지 않음을 이해해야 한다.
내가 처한 상황, 업종, 지역에 따라 실천해가야 하는 ESG 방법론은 각양각색이며, 심지어 경험해 보지 않은 경우도 생길수 있다. 둘째, ESG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ESG현황이 ‘비밀’로 유지되기를 기대해서도 안된다. 심리학의 ‘조하리 윈도우’에 따르면, 정작 위험한 것은 남들이 아는 나의 모습을 내가 모를 때 라고 한다. 나는 비밀로 알고 있지만, 정작 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은 나를 이미 그들의 잣대로 평가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란 뜻이다. 마지막으로, ESG는 시간만 가면 저절로 얻어지는 공짜점심이 아니란 점이다. ESG를 내재화하기 위해서는 계획을 세워서 하나하나 정성껏 행동으로 옮겨가야만 하는 지고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헤밍웨이의 소설, “해는 또 떠오른다”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고 한다. 어쩌다가 사업이 파산했느냐는 질문에, 등장인물은 이렇게 응답한다. “단 두가지였어. 서서히 그러다가 갑자기 (Gradually, then Suddenly)” 정답도 없고 비밀도 없어서 공짜로 이루어질수 없는 ESG의 달성 정도는 지금 당장은 판단하기 힘들 것이다. 모든 구성원들의 하루하루의 노력으로 “서서히” 이루어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모두가 그 진면목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는 구호를 넘어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때이다.
출처: 머니투데이 [MT시평] 세상에 없는 세가지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3161316106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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