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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VAC Column] 새 정부의 ESG 정책, 방향과 속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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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온 (now08**)

2022.05.10 11:17:48 | 986 읽음



박란희 임팩트온 대표는 조선일보에서 10년을 기자로 지냈고, 첫 경력단절 이후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환경재단 기획위원을 거쳐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 편집장을 하면서  비영리 및 소셜섹터 전반과 ESG・CSR 현장을 10년 동안 경험했다. 2020년 6월 ESG 전문 온라인 미디어 스타트업 임팩트온을 창업해, 빠르면서도 심층적인 ESG 전문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글 박란희 임팩트온 대표 



드디어 뚜껑이 열렸습니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5월 3일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라는 186페이지 국정과제 최종본을 발표했습니다. 카카오톡 커뮤니티 채팅방 여기저기서 삽시간에 pdf 파일이 올라왔고, 사람들은 제각각 국정과제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내비칩니다. 그만큼 ESG 정책에 관심이 크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어쩌면 향후 5년이 이후 50년, 아니 500년의 미래를 좌우할지도 모르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나라가 ‘탄소중립’이라는,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세계로의 질주를 시작했거든요. 그 세계의 표준을 누가 잡을지, 지금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너나 할 것 없이 눈치경쟁이 치열합니다. 


EU는 100유로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높은 탄소배출권 가격을 바탕으로, 수입국으로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라는 탄소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습니다. 미국은 탄소중립과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철저히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제조업 중심, 수출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ESG로 일컬어지는 이 거대한 산업 재편 흐름에 잘 올라타야 합니다. 서서히 달려왔던 선진국발 ESG 열차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속도를 냈고, 그제서야 ESG 열차에 올라탄 우리나라는 이 가파른 속도에 현기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니 현 정부가 ‘방향’과 ‘속도’ 측면에서 ESG 정책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이번 정부는 ESG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방향을 제대로 잡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의 NDC(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준수하기로 했습니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국제적인 약속이었습니다. 이 방안에 따라, 우리나라는 7억276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앞으로 8년 안에 4억3660만톤까지 줄여야 합니다. 3억 톤가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포스코같은 철강회사 4곳을 아예 운영하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은 수치이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당연히 산업계를 비롯해, 교통, 건축물, 농업에까지 전 분야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입니다. 오는 9월에는 ‘기후변화영향평가’가 시행되며, 2023년에는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가 적용됩니다.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는 정부 예산이 기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예산 편성에 반영하는 걸 의미합니다.  


기업의 경우, 탄소무역장벽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 확대안을 검토합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국가가 기업에 온실가스를 배출해도 되는 허용량을 할당해주고, 그 할당량을 남기면 팔아도 되고 모자라면 사와야 하는 제도입니다. 처음엔 모든 기업에게 무상으로 배출권을 허용해줬지만, 점점 유상 할당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1기(2015~2017)에는 전량 무상이었는데, 2기(2018~2020)에는 3%를 유상할당으로 배정했고, 3기(2021~2025)에는 10%까지 유상할당이 늘어났습니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돈을 주고 사와야 하니, 기업들로선 탄소 감축 압박이 점점 커지는 것입니다. 




새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가장 큰 차이점은 ‘원전’에 관한 인식입니다. 새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조속 재개,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달성, 한미 원전동맹 강화, 미래 원전기술 확보 연구개발 집중 투자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원전과 방산, 경협 등 패키지 지원이 가능하도록 정부 부처와 한전, 한수원, 금융기관, 민간기업 등이 참여하는 가칭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신설해 즉시 가동키로 했습니다. 한미 원전동맹을 강화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 대한 한미 협력도 구체화할 방침입니다. 


한편, 인수위는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서 제외됐던 원전을 다시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또한 지자체 ‘탄소중립지원센터’ 설립, 운영을 확대, 2027년까지 100곳 이상까지 늘리고 지역을 대표하는 ‘탄소중립 그린도시’를 육성키로 했습니다. 전기차 시대가 되면 내연기관차 업종에 종사했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 이처럼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이나 EU에서도 관련 정책이 시행 준비중입니다. 




새 정부는 ESG 등 기업 성장과 사회적 가치 연계모델 확산을 위해, ‘(가칭)지속가능성장위원회’ 신설을 검토합니다. 새 정부는 민관합동위원회를 통해 민간 전문가들과 정부 인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주요 정책을 발굴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초대 위원장으로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관합동위를 세부의 독립된 위원장 체제로 갈지 아니면 다른 형태가 될지에 대한 세부적인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라, ‘(가칭)지속가능성장위원회’ 또한 민관합동위원회에서 어떤 형태로 작동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한편, 새 정부는 중견·중소기업의 ESG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K-ESG 가이드라인을 고도화하고, EU의 공급망 실사법 대응지원 사업을 신설합니다. 지난해 산업부에서 발표된 K-ESG 가이드라인은 국내외 주요 평가기관 13곳의 3000가지 이상 지표와 측정항목을 분석해 61개 핵심 평가지표를 설명한 가이드라인입니다. 산업부는 올해 업종별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인수위는 소셜 택소노미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소셜 택소노미는 EU 친환경 택소노미의 사회부문(Social) 버전으로, 지속가능 자금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사업에 쓰일 수 있도록 식별하는 분류체계입니다. ESG의 E(환경)뿐만 아니라 S(사회)에도 자금을 연계하겠다는 포석입니다. 


한편, 2022년부터 중소·중견기업 대상 ESG 종합 컨설팅 실시, ESG 금융 기반 마련을 위해 금융권의 ESG 분야 자금지원 확대 및 중소· 벤처기업의 ESG 실사·진단 등 맞춤형 컨설팅 지원도 이뤄집니다. 새 정부 ESG 정책의 핵심이 ‘중소기업’이라고 할만큼 중소기업 ESG에 관한 정책이 상당히 많습니다. 




인수위는 녹색기업 경쟁력을 높여 2030년까지 녹색산업 규모를 30%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7년까지 ‘환경표지 대상품목 확대 및 인증 기준을 강화하고, 녹색융합클러스터 조성 등을 통해 기후테크, 환경 IoT, 바이오가스 등 5대 녹색 신산업 집중 육성합니다. 


이밖에 친환경, 지능형 모빌리티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의 친환경차 구매 목표 상향조정, 신축시설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의무도 강화됩니다. 2025년까지 자율운항선박 기술 및 무탄소 선박 핵심기술 개발, 친환경 선박 도입시 선가의 최대 30% 지원 등도 이뤄지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산업 육성도 이뤄집니다. 

 


특히, 자원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자원낭비와 폐기물 발생을 감축하기 위해 ‘순환경제전환촉진법’이 2022년 제정됩니다. 가치가 높은 폐자원은 순환자원으로 지정하며, 소비자의 수리권 보장 등을 담은 법안입니다. 재활용 선별시설에 광학 선별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공공선별장 현대화를 2026년까지 62.6%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국민들이 일회용품 배출, 반환 등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버스정류장, 지하철역 등에 일회용컵무인회수기를 설치합니다.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여 석유․화학원료, 수소연료로 재활용하는 것을 허용하며, 공공열분해시설을 10곳까지 확충할 것을 추진합니다. 




그런데 ESG 정책 드라이브에 있어 방향만 중요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속도’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을 내다보고 배터리에 투자해온 우리와 달리, 일본기업들은 전기차 시장이 더디게 올 것으로 예상해 대응이 늦었습니다. 


얼마 전 미국 컬럼비아대에 11억달러(1조4000억원)를 기부한 전설적인 벤처투자가인 존 도어가 작년에 쓴 책 제목은 ‘스피드 & 스케일(Speed & Scale)’ 입니다.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탈탄소화를 이끌어야 할지에 대한 그의 답은 “이제 더이상 수익과 지구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고, 위험(Risk)과 보상(Reward)의 문제가 됐다”고 합니다. 지속가능투자가 대세가 되면서, 대응이 더딘 기업은 자본비용이 증가하고, 주주소송에 직면하며, 시장가치 하락 등을 겪는다는 겁니다. 블랙록의 래리핑크 회장이 “기후 리스크가 투자 리스크”라고 말한 배경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속도를 정부가 맘대로 정할 수는 없습니다. 민관이 협업을 통해 속도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미 국무부는 세계경제포럼(WEF)과 함께 ‘퍼스트 무버 연합(First Mover Coalition)’을 출범시켰습니다. 미국 기후특사인 존 케리가 이끄는 이 새로운 파트너십은 전 세계 배출량의 30%를 차지하는 8개 주요 분야 기업들이 녹색기술을 적극 구매하기로 약속하는 이니셔티브입니다. 


철강, 해운, 알루미늄, 콘크리트, 운송트럭, 항공, 화학제품, 이산화탄소 직접포집(DAC) 등의 분야인데, 유럽 항공기 제조회사 에어버스, 독일의 도이체포스트, 스웨덴 에너지회사 바텐폴, 인도 달미아 시멘트를 포함해, 애플, 아마존, 뱅크오브아메리카, 보잉,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다수의 기업이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30년까지 ‘무배출(zero-emission) 기술 개발’을 이끌기 위해 구매 관행을 바꾸기로 약속한 겁니다. 


우리도 정책적인 인센티브 도입, 산업 내의 이니셔티브간 협업과 기술 공유를 통해 ‘속도’를 더 가속화하는 묘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어쩌면 방향보다 속도가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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