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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 Hub 칼럼] 우리는 비영리 재단이 아닌 임팩트 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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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8 09:32:06 | 43 읽음

글. 사회적가치연구원 연구팀장 정명은

출처 :  사회적가치연구원 통합플랫폼 SV Hub



2021년 9월, 다섯 개의 임팩트 재단(Impact Foundation)이 공동으로 “임팩트 측정의 학습과 연습”이라는 보고서를 출간하였다. 보통의 측정보고서는 방법론과 결과값 특히 숫자를 중심으로 채워진다. 그런데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그보다 구구절절하다. 참여한 조직들 공동의 입장, 임팩트 측정을 하게 된 각기 다른 배경, 측정방법론을 선택하는 과정에서의 고민이 담겼다. 일부러 정제하지 않고 그대로 담은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그리고 측정에 사용된 임팩트 프레임과 방법론도 모두 다르다. 익숙한 방법론도 있고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방법론도 있다. 뿐만 아니라 측정결과는 숫자, 서술, 도식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측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정량적 결과값을 기대하게 만드는데, 만약 그런 독자가 이 보고서를 본다면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 Impact Foundation Position Paper 「임팩트 측정의 학습과 연습,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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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 출간에 참여한 조직들은 이미 작년 10월에 “임팩트 재단 학습공동체(Impact Foundation Learning Community)”라는 느슨하고도 유연한 모임을 만들었다. 아직까지는 들어가고 나감의 제약이 없다. 실제 측정을 해 본 다섯 개의 임팩트 재단들이 보고서를 낸 것이고, 참관 및 토론 수준으로 참여한 임팩트 재단도 몇 군데 더 있다. 주관기관(사회적가치연구원)의 일원으로서 보고서와 모임의 성격에 대해 약간의 해명을 좀 하자면, 사실 이 보고서 자체보다도 이 모임과 이들의 “새로운 다짐”이 더 중요하다. 그 새로운 다짐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우리는 임팩트 재단이다”라는 선언인데, 왜 이런 다짐을 하게 되었는지 들려주고 싶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우리를 지칭하던 이름은 ‘비영리조직, 비영리재단’ 등이었다. 어떤 조직의 정체성을 규정하는데 ‘비(非)’, ‘영리가 아니다’라는 부정형용사로 불리는 것이 좀 서글프다. 누군가의 이름, 특성을 말하는데 ‘무엇이 아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편적이진 않다. 그런데 비영리조직은 비영리로 불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공공조직(예: 정부기관), 영리조직(예: 기업)으로 불리는 곳들은 공공성 혹은 영리를 추구한다는 목표가 분명히 드러나는데, 비영리조직은 영리가 아닌, 그렇다고 완전히 공공의 이익도 아닌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비영리를 ‘영리가 아닌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 호칭은 마치 영리조직에 비하면 비주류인 것처럼 느껴지게도 한다.


대부분의 비영리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어떤 비영리조직은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한 교육 사업을 하기도 하고, 또 다른 곳들은 학교, 기업,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연구, 전시, 사업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임팩트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이다. 우리는 이러한 존재이유를 잘 나타내는 명칭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하여 우리 스스로를 ‘임팩트 재단(Impact Foundation)’이라 칭하기로 했다.


▲ Impact Foundation 활동 모습


하지만 우리 스스로도 임팩트 재단이라는 이름을 쓰기에 부끄러운 면도 있었다. 예를 들면, 우리는 그동안 ‘몇 명의 장학생에게 얼마의 장학금을 주었는가?’, ‘프로젝트에 몇 명이 참여하였는가?”와 같이 투입 혹은 산출 위주로 자랑하고 데이터를 쌓고 비영리 사업을 운영해 왔다. 실제 비영리 사업의 대상이 되는 ‘개인, 집단, 사회가 얼마나 변화하였는가?(임팩트)’로 재단의 성과를 측정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얼마나 임팩트 측정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가?’라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물론 선도적인 재단들은 이미 사회적 회계 보고서, 연차 보고서 등을 통해 임팩트 측정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비영리재단은 이 과정을 외부 전문가에게 용역을 맡겨서 진행한다. 객관성과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나, 측정 결과를 실무자가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어렵거나 조직 변화를 조직 내부로부터 촉발시키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만족도 설문 항목 하나가 진짜 실무진이 추구한 사업의 목표를 반영하는 항목인지, 설문 점수 1점을 높이기 위해 어떤 실무적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기 힘들다.


따라서 임팩트 사업 수혜자들의 변화 스토리를 가장 잘 보여주고 사업 담당 실무자가 의사결정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임팩트 측정 방법론을 구상하게 되었다. 측정에 투입되는 재단 실무자의 행정적 부담도 줄여야 하고 내부 의사결정단계나 외부 기부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에도 용이한 방법론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측정과정 자체가 힘들고 어렵고 부담스러우면 측정을 지속하기도 어렵고 데이터도 수집도 힘들어 측정이 몇 년에 한 번 큰 맘 먹고 하는 이벤트가 되어 버린다. 또한 대내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용도로 쓰일 수 있도록 쉬워야 한다. 그래야 기부자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표준화된 방법론을 찾기보다 각 조직에 가장 적합한 방법론을 선택해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였다. 그 결과, 각 임팩트 재단의 실무자들이 임팩트 프레임, 측정 지표를 직접 선정, 조사하고 그 결과값을 도출하고 해석하였다. 외부 컨설팅에 대한 의존도는 최소화하고, 뜻을 함께하는 임팩트 재단 간 측정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고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이 과정이 일종의 학습 과정인 것이다. 각자의 고민과 과정들을 알고 나니 측정결과에 대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측정 경험을 확산하는 것도 임팩트라고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아직은 어설프고 표준화되지 않은 임팩트 측정 방법들이지만 그 과정에서의 경험과 결과를 다른 조직들에게 공유하면, 임팩트 측정을 망설이는 조직들이 측정을 결정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며 그들이 참여하게 되면 더 많은 사례가 쌓이고 더 나은 방법론으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측정을 하지 않는 비영리조직들에게도 투입보다 수혜자의 변화(임팩트)를 중심으로 성과를 측정하는 기류가 확산된다면 비영리 생태계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임팩트 재단 스스로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이 되며 학습 공동체(Learning Community)를 지향하는 이유이다.


서두로 돌아가 보면,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임팩트 재단 학습 공동체’에 동의하는 조직들의 입장에서 이번 첫 보고서는 어설퍼도 괜찮다. 우리의 희망은, 이 보고서를 보고 ‘우리도 측정할 수 있다’, 혹은 ‘우리도 측정해보고 싶다’는 임팩트 재단들이 더 많이 늘어나고, 이번 보고서를 통해 측정 경험이 쌓인 재단들은 측정 결과를 실제로 어떻게 사업에 반영했는지 자신 있게 말하는 수준까지 도약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임팩트 재단에 표준화된 혹은 가장 적합한 측정 프레임을 개발하려는 목표는 없다. 표준은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 다수가 협의하고 동의하는 것이다. 학습도 마찬가지다. 전문가가 제시한 것을 정답인양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시행착오를 통해 찾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첫발을 내딛은 임팩트 재단들의 학습과 도전에 함께 할 새로운 임팩트 재단들을 언제든 환영한다.





출처: 정명은, [모두의 칼럼] 우리는 임팩트 재단이다, 조선일보, 2021.10.19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1/10/19/DC3X2RQ5XJHVFFM3VQ5OSTVPDE/
임팩트 측정 제대로 하려면?... 비영리 5단체 공동연구 결과 발표, 더나은 미래, 2021.10.1 
https://futurechosun.com/archives/59365
본 칼럼은 조선일보(출처 참고)에 발간된 칼럼의 원본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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