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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ES_SVHub
2022.06.20 15:34:33 | 910 읽음
글 : 사회적가치 연구원 매니저 김하림
사회적가치연구원의 SV 신출내기, 김하림 매니저
사회적가치연구원에 입사하기 위해 면접 일주일 전부터 부랴부랴 SV는 뭐고, ESG는 뭔지... 혹시나 면접장에서 물어볼까 노심초사하며 무식하게 개념만 달달 외워 면접에 임했던 것이 어느덧 벌써 1년 전.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한평생 SV의 S도 모른 채 살았던 내가 이제는 100여 명이 훌쩍 넘는 청소년들 앞에서 SV에 대해 강연하는 기회도 얻다니. '김하림, 참 많이 컸다.'라고 생각했다.
강연을 제안받고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당연하게도 '어떻게 청소년들에게 SV의 개념을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였다. 그래서 내가 택한 것이 바로 “영화”.
필자는 어려서부터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랐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디즈니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왔다. 하긴 디즈니 세계관 없이 자란 아이들이 얼마나 있으랴만. 어렸을 때는 뭣도 모르고 이쁜 공주님과 왕자님의 극적인 스토리가 너무 재미있어서, 내게도 저런 꿈같은 일이 벌어졌으면 해서 빠져들었던 영화들인데 성인이 되고 보니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더란다. 이를테면 신데렐라와 라푼젤은 계모에게 신체적으로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든지, 릴로&스티치에서는 고아인 두 자매가 떨어져 살아야 했던 양육권 박탈 문제가, 미녀와 야수에서는 여자 주인공 벨을 감금하고 협박한 야수 등.
왜 신데렐라와 라푼젤을 계모로부터 구해줄 수 있는 제도가 없었을까?
왜 릴로와 릴로의 언니가 고아라는 이유로 릴로의 언니는 릴로의 양육권을 박탈당해야 했을까?
왜 벨은...
별생각 없이 접해왔던 어린이 영화들인데 성인이 되고 보니 왜 이렇게 문제가 많아 보이던지. 이를 노린 것인지 혹은 당시에는 당연했던 것이기에 영화 속에 자연스레 반영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린 시절부터 아무 생각 없이 봐왔던 수많은 어린이 영화들은 지금에 와서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회적 이슈(S)를 담고 있었다.
영화의 쓰임
영화라는 대중매체는 인간에게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선물하기도 하고, 쓰임에 따라 예술/산업 등 다양한 부분에서의 역할을 한다. 또한, 영화의 운명은 대중과 만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한다. 이는 곧 '관객이 있기에 영화도 존재한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필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화의 역할 역시 바로 “소통”이다.
평균 120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 동안 영화는 극장의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끊임없이 영화 속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현재 다양한 OTT 서비스가 도입됨으로써 손안의 극장이 구축된 지는 이미 오래. 언제 어디서 누구든지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재의 소통 방식으로 인해 향후 제작될 영화들이 주는 메시지 역시 필히 더욱더 중요해지리라.
매력적인 빌런, 타노스의 속사정
서론이 길었다. 다시 각설하고. 그래서 나는 청소년들에게 영화와 사회적가치를 어떻게 연계시킬까 고민을하다, 먼저 인류의 절반을 먼지로 만듦으로써 사회의 완벽한 균형과 순리를 지키고자 했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라는 *빌런을 끄집어냈다. 우주의 한정된 자원과 인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현 인구의 절반을 사라져버리게 만든 타노스.
과연 그는 선인인가, 악인인가? 만약 선인과 악인으로 그를 정의할 수 없다면 그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필자는 적어도 타노스를 '사회'혁신가라 부르지 않기로 했는데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사회적 가치(Social Value)의 개념을 훑고 갈 필요가 있겠다.
먼저,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님의 설명에 따르면 사회적 가치는 두 개념으로 이뤄져 있다. ‘사회적’이란 말과 ‘가치’라는 말이다. ‘가치’란 우리가 왜 살아가는지의 존재 이유를 일러주는 그 무엇으로 누군가에겐 화폐나 권력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구에겐 꿈이나 사랑일 수 있으며 '사회적’이란 말에는 ‘같이, 함께, 더불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따라서 “사회적 가치”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의 차원에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고로 나는 앞서 언급한 타노스가 어쩌면 대의를 위해 인류 절반을 희생시키는 E 또는 S를 실현하려 노력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같이, 함께, 더불어’의 의미가 담긴 사회적가치를 실현했다고는 보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필자는 타노스가 '혁신가'는 될 수 있겠지만 “사회혁신가”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What can we do?
필자는 강연을 진행하며 위 영화와 더불어 ESG와 관련된 이슈가 담긴 영화 「인터스텔라」와 「오징어게임」 등을 언급하며 청소년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거듭 되물었다.
그리고 그중 인상 깊었던 학생의 질문이 있었는데,
“향후 본인은 유전학자가 됨으로써 그전에는 치료할 수 없었던 질병을 치료하고 싶은데, 앞서 이야기 나눈 것처럼 미래에 자원도 부족해지고 환경 오염도 심해진다면 사람의 생명을 연장하는 연구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옳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과연 옳은가? 아니 틀렸는가? 글쎄,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실제로 강연 당시에도 나는 끝끝내 그 학생에게 명확한 Yes or No의 답변을 주지 못하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라도 그 학생에게 다시 대답해 줄 수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내 운명을 고르자면, 눈을 감고 골라도 맞는 길을 고르지.'
어느 노래 가사처럼. 어떤 길도 틀린 길이 없고, 어느 곳을 향하든 발길 닿는 대로 두려워하지 말고 나아가면 그뿐이니 본인이 선택한 길을 옳은 길로 만드는 사람이 되라고!
사실, 이제 와서야 말하는 것이지만 질문을 던져준 학생에게 시원한 대답은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적잖이 충격을 받은 포인트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어린 10대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와 더불어 살아갈 미래를 위한 옳고 그름을 벌써,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필자의 파란만장했던 학생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저 어떻게 하면 더 놀 수 있을까를 궁리했던 학생이었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학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내게는 앞으로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친구들이 벌써 사회적 이슈와 가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한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SV와 미디어, 흩어진 조각을 모아 생각(Think)의 재(Re)활용을 하자!
이날의 강연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다면 결국 미디어도, 사람도 진정한 SV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함께 거듭된 고민과 생각을 “지속” 하기 위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같이 장소와 시간,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정보의 바다를 노니는 시대에 영화나 광고와 같은 미디어 활동은 사람들이 가장 빠르고 쉽게, 사회 문제들을 전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주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신선한 방식으로 올바른 SV에 관한 메시지가 담겨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는 결국 대중에게 감동을 주고 그로부터 소통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기에 더욱 사회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필요가 제기되고, 영화 감독과 배우 등의 미디어 업계 종사자 역시 각자의 시각으로 만들어 온 예술작품들로 하여금 대중에게 감동을 느끼게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받은 '우리'다. 먼 듯 가까운 곳, 곳곳이 미디어 매체 속에 녹아있던 SV들. 사실 이러한 메시지들은 오래도록 우리들의 생각의 문을 두들겨 왔다. 그렇기에 이제는, 적어도 이 메시지의 수령자인 우리들은, 그 조각들을 다시금 모아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재고(ReThink) 할 수 있는 책임과 의무를 짊어질 필요가 있겠다.
그날 내게 허를 찌르는 질문을 던졌던 그 학생처럼, 단순히 '아, 저런 사회문제가 있었구나.'라는 현재 완료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아, 저런 문제는 ~해보면 어떨까?”라는 제안형, 청유형의 사고방식. 이러한 생각의 재활용이 계속된다면 끝없는 생각의 연장선은 결국 현 인류에게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지평선의 좌표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그럼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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