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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VAC Column] '공정 전환'과 '탈탄소' 함께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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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온(no*****)

2022.09.06 14:04:54 | 1,674 읽음



임팩트온 송준호 에디터는 현재 글로벌 ESG 동향 및 규제, 정책 등의 소식을 기사와 보고서로 전한다. ESG의 대중 인식 확산을 위해 유튜브 영상도 함께 제작하고 있으며, ESG의 소셜 핸드북인 ‘S in ESG’를 공동 집필했다. 임팩트온에 합류하기 전에는 4년간 인권과 환경 부문의 공익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비영리 미디어 활동을 해왔다.


 글 송준호 임팩트온 에디터



우리 정부는 지난해 9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했습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우리나라의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 방향을 담은 법으로 공정 전환에 대한 내용도 포함합니다.


‘공정 전환’은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할 때 지역이나 업종에서 급속한 산업구조 전환이 일어나면, 과정과 결과가 모두에게 ‘정의로워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근로자와 지역사회가 전환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안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탄소중립은 공정 전환이 동반돼야 한다는 논의가 국내외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회기후변화포럼은 지난달 31일 개최한 ‘탈석탄 주요 갈등 쟁점과 사회적 비용과제’에서 이 논의를 다뤘습니다. 


발제자인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탈석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비용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최소화하는 공정 전환 정책의 원칙과 방향성을 수립해야 한다”라며, “비용 부담과 재원 마련을 위해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하고 탈석탄위원회 같은 협의기구를 마련해 사회적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공정 전환 정책은 신산업, 그중 에너지 산업에서 발생하는 투자 수익을 바탕으로 합니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미국의 공정 전환 이니셔티브인 ‘저스티스(Justice) 40’이 있습니다.


저스티스 40은 기후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투자로 얻는 이익의 40%를 소외된 지역사회에 투입하는 방법으로 공정 전환에 접근합니다. 자금은 기후 변화 완화,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성, 청정 교통, 지속가능한 주택, 인력 개발, 수자원 보호, 폐수 처리 등에 투자해 지역사회 문제를 바로잡는데 사용됩니다.


저스티스 40의 배경에는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IIJA)이 있습니다. IIJA 법안이 통과되고 6개월간 50개 주에서는 약 4300개 프로젝트에 1100억달러(약 150조원)가량이 투입됐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법안인 BBB(Build Back Better, 더나은재건)와 인플레이션 감축법도 IIJA의 지원금이 들어갑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저스티스 40의 원활한 시행을 위한 지침(가이던스)을 책정했고, 올해 6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저스티스 40과 연계할 얼리 어답터 프로그램(Early-Adapter Program)을 발표했습니다. 이 지침에는 소외된 지역사회의 정의, 대상 프로그램, 혜택 분배 방법, 결과 제공과 측정 방법 등이 나와 있습니다.


신산업이 지역에 들어서고, 관련 정부 정책이 도입되려면 지역 주민의 동의가 중요합니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미국 서부는 큰 산불들로 인해 숲을 벌목해 가공하는 제재소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한 제재소는 주민들에게 환영을 받으며 들어섰습니다. 이 제재소는 과학적 방법으로 나무를 베면서 산불을 완화할 수 있음을 주민에게 증명했고, 지역 주민을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미국 콜로라도강은 전 세계적인 가뭄으로 인해 수위가 많이 낮아졌습니다. 내무부는 지난달 성명에서 “콜로라도강 유역의 가뭄 위기는 기후변화로 인한 것으로 강 유역의 물 사용을 줄여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성명에 따르면 애리조나주는 물 사용량을 21% 줄여야 합니다.


톰 부샤스케 애리조나 수자원부 국장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각) 긴급 성명을 내고 “애리조나가 물 사용에 있어서 과도한 감축 부담을 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라며 지역 사회가 감당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업이나 정책이 주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실행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투자자들이 공정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나섰습니다. 최대 투자자 그룹 ‘클라이밋 액션 100+(Climate Action 100+)’가 “넷제로 기업 벤치마크 평가 결과 '공정 전환(Just Transition)' 평가에서 대다수의 기업이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며 관련된 사회적 약속과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난 6월 16일에 경고했습니다.


CA100+는 올해 3월 벤치마크 평가에 공정 전환 지표를 통합했습니다. 이 같은 지표 내용을 토대로 집중적으로 벤치마크 평가를 받고 있는 166개 기업을 평가했고, 73% 기업이 공정 전환 지표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CA100+는 공정 전환에 대한 기업의 개입이 부족함을 규탄하고, “탄소 집약적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근로자, 지역사회 및 기타 이해관계자가 저탄소 전환 과도기적 위치에서 물리적, 재정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기업이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아비바 자산운용은 지난 4월 ‘국제금융 아키텍처를 활용해 원활하고 정의로운 전환 활용’이라는 보고서를 발행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기후 금융’이라고 불리는 민간 자금을 통해 공정 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비바 자산운용사는 공공부문 내에서 기후금융을 위한 국제플랫폼(IPCF)의 창설을 옹호하는 38개 기관과 함께 민간 부문 협력 이니셔티브를 추진해왔습니다. 보고서는 “G20 국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주최로 해서 IPCF 창설을 위한 제안을 이끌어내고 어떻게 작동할지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IPCF가 국가와 민간의 중개자 역할을 통해 기후금융이 가장 필요한 지역에 모든 재정을 투입해 기후금융의 흐름을 촉진하며, OECD가 사무국을 맡고 다자간 금융기관장, 다자간 개발 은행, GFANZ유엔 레이스 투 제로 이니셔티브 등 관계자들이 모인 태스크포스 형태의 플랫폼이 구성돼야 한다는 게 주요 제안입니다.


UN 책임투자원칙(PRI)은 지난 7월 ‘투자자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보고서는 투자자가 저탄소 트렌드에서 ‘공정 전환’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말합니다. 넷제로 전환은 관리가 부실하면 불평등을 키우고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지만, 효율적으로 전환되면 투자자에게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보고서는 ▲신재생에너지와 지속가능한 건설 및 개조, 고용 창출 및 인력 재숙련 ▲녹색 채권, 지속가능한 인프라 및 녹색 부동산 등 자산 전반에 걸친 새로운 투자 기회 ▲파리협약의 목표 달성 시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일자리 2400만 개 창출 ▲녹색 경제에 대한 투자가 포괄적인 업무 의제를 진전시킨다고 봤습니다. 일자리의 약 30%가 기술의 진보로 2030년대 중반까지 사라질 위험에 있기 때문에 청년 교육과 고령 노동자의 재교육이 중요하게 요구됩니다.




그린피스가 지난 7월 20일 개최한 ‘에너지 대전환과 일자리’에서 한국의 공정 전환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화석연료 경제가 축소되면 관련된 일자리도 사라집니다. 로버트 폴린 매사추세츠대학 경제학 교수는 발표에서 “주유소 근무자는 1년에 1300명이 일자리를 잃고, 전체 산업으로 보면 연간 3300명의 노동자가 실직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일자리 감소에 취약한 직업군은 자동차 제조업 노동자로 나타났습니다. 폴린 교수는 “한국이 2035년까지 100% 무공해차 전환을 약속하면서 한해 1만 2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에너지 전환은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 수가 사라지는 양을 상회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폴린 교수는 에너지 효율과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한국의 연간 투자 규모가 2030년까지 78조 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는 약 79만 개의 고용 창출 효과를 의미합니다. 폴린 교수는 조림 사업과 화석연료 수입 중단 및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고용창출을 합하면 한국에서 약 81~86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한국 노동인구의 약 3%에 해당합니다.


일자리 수는 충분하지만, 어떤 산업에 투자하는지와 일자리 지원 정책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공정 전환의 가능성은 달라집니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가 원전 산업을 육성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비중을 늘리는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좋지 않으며,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져올 사회적 편익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감소하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습니다.


홍 교수는 “새 정부는 2027년에 원전 4기를 새로 운전할 계획인데, 신한울 3, 4호기는 내년쯤 운전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금 발표한 내용만으로도 역대 최대 원전 기수이자 최대 설비 규모인데 원전 비중을 확대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재생에너지에 더 집중하는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은주 경기도 일자리재단 청년일자리본부장은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은주 본부장은 “정부가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펴면 업계 특성상 저숙련자나 청년들이 일자리에 바로 들어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사에서 “민주당이 입법권을 활용해 에너지전환 3법을 마련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에너지전환 3법은 에너지전환지원법, 풍력발전촉진법, 분산에너지특별법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양 의원에 따르면, 에너지전환지원법은 노동자의 일자리 정책, 풍력발전촉진법은 국가가 직접 해상과 육상풍력 발전 부지를 확보하는 정책이고, 분산에너지특별법은 개인이 재생에너지 전기를 쉽게 설치하고 이용하게 돕는 인센티브 정책입니다.


한국에서도 국제사회만큼은 아니지만, 공정 전환에 대한 논의와 정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기후 위기 대응의 속도는 계속해서 빨라집니다. 이는 전환으로 인한 리스크도 급격히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공정 전환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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